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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연천 탐조, 호반새, 붉은배새매, 왕새매, 벌매(20260716)

by eistobathos 2026. 7. 17.

장소: 경기도 연천 일대

관찰종: 호반새, 붉은배새매(종추), 왕새매, 벌매, 물총새, 멧비둘기, 까치, 물까치,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제비(총 19종)

 

여름 철새들 중에서 그동안 보고 싶어했던 새들을 보기 위해 연천으로 향했다. 그 새들은 호반새, 소쩍새, 솔부엉이, 청호반새, 붉은배매새, 벌매 등이었다. 탐조를 시작한 이래 여러 새들에 관해서 검색하다 자연스레 이 새들을 알게 되었다. 이 새들은 쉽게 보기 어려운 새들인 만큼 나름 탐조하기 좋은 동네에 사는 나도 그동안 만나기 어렵거나, 스치듯이 보거나 소리만 들었던 아니면 전혀 만나지 못했던 새들이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간 이 새들에 관해 검색하며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찾아보는 나날이 이어져왔다. 이 새들을 목격한 장소들 중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던 지역 중 한 곳이 연천이었으며, 연천은 뚜벅이인 내가 접근하기 그나마 수월한 곳이었다. 게다가 귀찮음이 많은 나는 원정 탐조를 즐기진 않지만, 작년부터 점차 탐조 지역을 조금씩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이런 흐름과 아는 탐조인의 강력한 추천,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새들을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에 연천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연천 탐조는 아주 황홀했다. 물론 뚜벅이로서 카메라, 쌍안경, 필드스코프 그리고 추가로 몇 가지 짐들을 가방에 짊어지고 한 여름 날씨에 탐조를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또한 새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는 것은 탐조에서 상수기 때문에 새들이 발견 된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살펴야 하고 이는 많은 발품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다. 이번 연천 탐조에서는 이런 수고 끝에 보고 싶었던 새들을 만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각 새들을  만난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행위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행위로 인해서 너무나 행복했던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쯤 연천의 문제적 장소인 청호반새 둥지를 방문했다. 이 장소는 일전에 한 탐조인이 청호반새 둥지 근처에서 공사가 이뤄진다는 것을 온라인상에 문제제기한 장소였다. 나는 그분의 문제제기에 동참해서 연천군에 국민신문고를 접수했었고, 다행이 연천군은 나를 비롯한 여러 탐조인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해서 청호반새가 육추를 끝내고 이소하기 전까지 공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장소를 실제로 방문했다. 여기서 '새와 생명의 터 연천(http://www.yeoncheon.net/)'의 백승광 대표님을 만났다. 백 대표님은 청호반새 둥지를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백 대표님의 모니터링은 공사 업체와 연천군에게 청호반새 이소를 확인 후 알리기 위한 것과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몰려드는 사진사들 또는 몰상식한 탐조인들의 행위를 확인하고 지도하는 것이었다. 이 사진에 있는 분들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백 대표님은 이렇게 매일 찾아오는 사진사들과 탐조인들 중에서 청호반새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반경 50m의 결계를 넘어가거나 청호반새를 위협하는 행위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몇 주 째 이어지는 모니터링으로 수고가 많으셨다. 현재 청호반새는 1차 포란에 실패 후 2차 포란중이라고 한다. 나는 이날 약 3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포란을 교대하는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게 조금 아쉬웠지만 청호반새가 2차 포란과 육추에 성공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청호반새 기다리다가 본 왕새매
1-2년 전 5월쯤 우리 동네의 산 정상에서 여러 마리가 서해 쪽에서 연천 방향으로 날아가던 것은 본적 있다. 그때 만난 왕새매들은 상당히 높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었는데 공기도 맑고 구름도 없었고 햇살의 방향도 적절해서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꽤나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때에 비하면 정말 가까이서 본 편이었지만 구름이 많았고, 역광에다가 숲에서는 수증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어서 시야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쌍안경으로 봤을 때 턱 부분에 있는 왕새매 특유의 굵은 세로 선이 확연하게 잘 보였었다.
청호반새를 기다리다가 붉은배새매도 만났다. 처음에는 벌매가 높이 비행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벌매라고 인스타 올린 사진을 보고 한 분이 붉은배새매라고 정정해 주셨다. 그리고 여러 동정 포인트들로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이렇게 붉은배새매를 종추했다!
연천에 간 목적 중 하나가 붉은배새매를 보는 것이었는데 귀가 했을 때까지는 붉은배새매를 못봐서 아쉬운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이렇게 종추했다! 그런데 너무 흐린 사진으로 종추한 셈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붉은배새매라는 것을 인지하고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호반새와 소쩍새 그리고 솔부엉이를 찾아서 간 곳의 풍경이다! 비가 오락가락 중인 장마 기간이기에 많은 비로 수위가 높아진 황토빛 임진강의 모습이다. 강가로 오니 안그래도 습한 날씨가 더욱 습하게 느껴졌다. 청호반새 둥지로부터 이곳까지는 마을 버스로 이동했다. 이 마을버스는 다행이도 두 곳을 잘 연결하고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됐었다. 다만 배차간격은 세 시간 정도 였다. 나는 시간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치 않게 잘 맞아 떨어졌다. 물론 청호반새를 기다리며 세 시간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ㅎㅎ 그리고 이곳은 연천의 소규모 문화유적지였기 때문에 깨끗한 공용화장실과 편의점 그리고 몇몇 음식점까지 있었다. 탐조 중간에 쉼을 가져갈 수 있는 장소였다.
유적지 시설 모습, 이 곳에서도 약 두 시간 이상 새들을 찾아 헤맸다. 이곳에 있다는 호반새와 소쩍새를 집중적으로 찾아 보기 위해서 나무 가지 하나하나 쌍안경과 맨눈을 번갈아 쓰면서 뒤졌다. 이 장소의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 세 바퀴 정도 둘러보다가 새들이 모두 이소했거나 아니면 내 탐조 능력의 한계인가 보다 여기고 귀가하려고 했었다.
그러던 중에 하늘 높이 비행하던 벌매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진짜 벌매였다!ㅎㅎ 아무튼 잠시 쉬었다가 장비를 챙기면서 이곳을 추천해 준 탐조하는 인스타 지인에게 새들을 못 보고 간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소쩍새가 나뭇가지 꼭대기 쪽에 숨어 있으니 잘 찾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한마디에 다시 약 한 시간 가까이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꽝이었다. 그냥 내 탐조 능력이 아직 부족하구나 여기며 장비를 챙겨서 터덜터덜 유적지를 나서는 순간 어두운 숲을 환하게 밝히는 존재를 정면에서 마주했다!
호반새였다! 안 그래도 숲에서는 조도가 낮은데 하루 종일 구름이 많이 끼고 아지랑이가 계속 올라오는 숲 조차 환하게 밝히는 호반새는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아니 어쩌면 그런 환경이 었기 때문에 붉게 타오르는 깃털을 입은 호반새가 더욱 잘 드러나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카메라를 다시 들고 제발 날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호반새가 앉은 방향을 바꾸려고 휙~ 하면서 돌때 날아가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방향만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 날개에 덮혀서 가려져 있던 꽁지깃 윗 부분의 푸른 깃이 살짝 보이는 행운까지 있었다.
조도가 너무 낮은 숲의 환경이 살짝 원망도 됐지만 나의 구형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이 정도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가까이 있었던 상황이었고, 무려 2분 가까이 같은 자리에 있어 주었다. 카메라와 맨눈을 오가면서 호반새를 감상하며 내적으로 탄성을 계속 나왔다!
호반새는 처음 알게 된 이후 가장 보고 싶은 새중 최상단에 올려뒀었다. 그런데 몇 년의 기다림은 물론 이렇게 땀 흘리며 몇 시간의 수고까지 더해진 다음에 오늘도 날이 아니구나 하면서 포기했던 순간 만난 탓인지 더욱 감격스러웠고 고마웠다. 그래서인지 너무 나간듯 하지만 인생의 교훈도 얻었다ㅎㅎ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상기했다.
물론 이번이 호반새를 처음 만나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작년에는 호반새 소리를 몇 번 들었었고, 올해 6월에는 파주의 한 숲에서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두 번 목격했고, 날아가는 모습을 흔들리는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또렷하게 몇 분간 응시할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지난 날의 기다림과 오늘의 노력을 충만한 아름다운 자태로 만족시켜 준 호반새는 이쯤이면 됐지? 하면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 호반새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날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탐조로 인해서 '오늘은 피톤치드 충전하고, 임진강의 시원한 풍경이나 보고, 다음 연천 탐조를 기약하며 지형과 풍경을 익히는 정도'로 해야하지 하고 마음 먹고 귀가하려 했었다. 그러나 반전극처럼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듯한 교훈과 더불어 눈호강을 시켜준 호반새 덕분에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황홀한 탐조로 오늘을 기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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