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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봉천동 탐조, 큰소쩍새, 어치(20260212)

by eistobathos 2026. 2. 12.

장소: 서울 봉천동 야산

관찰종: 큰소쩍새(종추), 어치, 박새, 쇠박새, 큰부리까마귀, 까치, 황조롱이, 곤줄박이, 직박구리(9종)

 

오늘은 그간 다른 사람들의 피드로만 지켜보면서 언젠가 한 번 봤으면 했던 큰소쩍새를 찾아 나섰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큰소쩍새 하나만 목표로 하고 탐조에 나섰다. 지난 12월부터 큰소쩍새가 봉천동의 한 야산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꾸준히 관련된 소식을 접하다가 큰소쩍새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 근처에 마침 일정이 있어서 일정을 마친 뒤에 방문했다. 그리고 다행이 큰소쩍새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고전 그리스 신화와 문학을 읽으면서 또한 몇 년 전 아테네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올빼미류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인 아테나의 분신인 점이 꽤 매력적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귀여운 용모도 올빼미류의 큰 매력이다. 올빼미류에 관한 애정이 있던 나는 탐조를 시작한 뒤로는 올빼미류중에서도 구체적으로 큰소쩍새에 마음이 많이 갔다. 도감과 영상으로 접하는 큰소쩍새의 빨간색 눈망울은 루비를 박아 넣은 것처럼 영롱했고, 우리나라의 텃새라는 점에서는 왠지 모르게 더욱 마음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소쩍새는 야행성이란 점과 깊은 숲에서 서식하는 편이라서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다. 이렇게 만나기 힘든 존재인 큰소쩍새를 향한 갈망은 내 마음속에 늘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큰소쩍새를 만났다! 그런데 큰소쩍새를 만난 순간 나는 살짝 허탈한 감정을 느겼다. 왜냐하면 큰소쩍새가 있는 곳으로 추정된 야산에 도착 후에 너무나도 쉽게 큰소쩍새를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큰소쩍새를 쉽게 만난건 동네 주민분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사치스러운 생각은 뒤로하고 지난 몇 년간 보고 싶었던 큰소쩍새를 만났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러자 마음 속에서 기쁨과 감동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봉천동의 큰소쩍새는 지난 몇 년간 큰소쩍새를 보고 싶어했던 나를 반겨주듯이 나무 구멍에서 몸을 상당히 많이 드러내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어떤 날은 나무 구멍에서 안 올라오거나 아주 조금만 올라와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하니, 구멍 밖으로 몸을 반 이상 내밀고 있었던 큰소쩍새를 그것도 첫 시도에 만난 것은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큰소쩍새를 만난고 나니 한 가지 욕심이 더 생겼다. 그것은 큰소쩍새의 눈망울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큰소쩍새를 만난 시간이 오후 2시15분 경이었어서 그런지 눈을 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눈을 떠줬으면 하고 30-40분 정도 큰소쩍새를 마음과 눈에 담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직박구리 한 마리가 큰소쩍새가 있는 곳 근처로 날아와선 큰소쩍새를 향해 시끄럽게 울었고 큰소쩍새는 바로 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탐조를 처음 시작할 땐 직박구리도 참 소중하고 예뻤는데 지금은 가끔씩 이런 경우를 만드는 직박구리가 참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며 큰소쩍새 탐조를 마무리했다.

 

네 방향의 각도에서 찍어봤다. 붉은색 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큰소쩍새 둥지 근처에서 놀고 있던 어치! 우리 동네 어치는 사람에게 곁을 잘 안주는데 이곳 어치들은 사람이 익숙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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