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있던 파주의 어떤 숲에 탐조를 다녀왔다. 얼마전 이곳에서 호반새, 팔색조, 긴꼬리딱새를 봤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주의 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를 만날 수 있었고, 일전에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칡때까치와 호반새도 나름 잘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개장시간 전부터 어마어마 한 장비를 동반한 사진동호회 및 탐조인들이 있었다. 이들을 통해서는 이곳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직감했다. 초면으로 보이던 이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동냥했고 이들의 주 목적은 긴꼬리딱새 둥지와 팔색조의 모습을 보러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9시가 되어 문이 열린 뒤 나는 이들이 가는 곳을 따라갔고, 거기서 긴꼬리딱새를 만날 수 있었다.긴꼬리딱새의 둥지는 산책로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어서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만약 탐조인과 사진동호회 사람들이 긴꼬리딱새 둥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둥지의 위치는 긴꼬리딱새에겐 아주 안전한 위치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산책로 옆에 나뭇잎 아래에 잘 숨겨져 있는 둥지는 긴꼬리딱새를 위협하는 야생의 천적들로부터 가장 안전한 장소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인건 오늘 만난 탐조인과 사진동호회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었고,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았다. 이곳에 긴꼬리딱새 둥지 소식이 온라인 상에 퍼진 뒤에 진상 사진인들이 몰려들어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긴장했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나름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긴꼬리딱새 둥지에는 암컷이 혼자 포란하고 있었다. 한동안 파란 눈두덩이가 참 예쁘던 암컷을 보다가 호반새 울음소리를 듣고 호반새를 찾으러 이동했다.호반새 소리가 나던 곳으로 갔더니 호반새가 없었고, 어떤 사람들이 호반새 소리를 스피커로 틀어둔 것이었다. 교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이내 뒤로하고 호반새를 찾아 다니다가 숲의 그늘 사이로 붉은 새가 휙 날아가는 것을 보았고, 붉은 새가 사라진 곳으로 이동했었다. 그곳에는 팔색조가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숲의 그늘을 응시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자기 앞에 있는 나무가지에 호반새가 날아왔다가 이내 사라졌다고 했다. 내가 본 것이 호반새가 맞았다는 생각에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잠시 쉴 겸 옆에 있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려고 했는데, 정면의 숲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새가 있었다!일전에 임진각에서 스치듯 봤던 칡때까치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내 카메라를 들어서 찍었는데 설정값을 제대로 바꾸지 못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다.이 친구는 시냇물이 흐르는 이 근처가 활동영역인 것 같았다. 숲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까 팔색조를 기다리던 근처에 있던 사람을 우연히 봤는데 카메라에 완전 집중하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조심히 걸으며 그분 곁으로 다가갔다.그러자 어두운 그늘 아래서도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팔색조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어두운 그늘이었기 때문에 이정도 사진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쌍안경으로는 팔색조의 화려한 몸깃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팔색조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었고,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들어 우왕좌왕하자 팔색조는 숲의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아까 긴꼬리딱새를 다시 보고 탐조를 마무리하려고 이동했다.긴꼬리딱새가 있던 곳으로 이동하다가 우렁찬 호반새 울음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크고 가깝게 들렸기 때문에 긴꼬리딱새는 뒤로하고 호반새를 찾기 위해 열심히 소리가 나는 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호반새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숲에서 갑자기 호반새가 슝~ 하고 나타나더니 내 앞을 빠르게 가로질러 갔다. 뒤늦게서야 카메라로 호반새의 움직임을 쫓아봤지만, 이런 흐릿한 모습만을 담을 수 있었다. 불타오르는 강렬한 색감의 호반새는 짧았지만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다시 긴꼬리딱새가 있던 곳으로 와서 다른 각도에서 긴꼬리딱새를 열심히 지켜봤다. 당분간 이숲에 올 예정이 없었고, 이번 여름에 다시 방문 하게 된다면 그때는 포란은 물론 이소까지 끝났을 시기라고 판단됐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던 중에 포란중이던 암컷이 갑자기 둥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포란하다가 좀이 쑤셨는지 외출에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내가 잘 볼 수 있는 곳의 나무가지 위에서 종종 뛰어 다녔다. 물론 나뭇잎과 가지들로 인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기는 어려웠지만 눈으로는 긴꼬리딱새의 개성 넘치는 깃을 잘 볼 수 있었다.그렇기 긴꼬리딱새는 점점 나로부터 멀어져 갔고, 긴꼬리딱새 수컷이 포란하러 오길 기다리던 탐조인과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뒤로하고 탐조를 마쳤다! 탐조를 시작한 이래 긴꼬리딱새와 팔색조 그리고 호반새는 나에게 유니콘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행복한 탐조였고, 매년 여름마다 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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