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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갈곡천 탐조, 참매, 독수리, 밭종다리(20231216)

by eistobathos 2023. 12. 16.

장소: 파주시 갈곡천

관찰종: 까치, 까마귀, 멧비둘기, 독수리, 참매,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중대백로, 밭종다리(10종)

 

오늘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그리고 아주 불쾌한 광경 때문에 아주 짧은 30분짜리 산책 탐조을 했다. 일단 불쾌한 광경을 보기 전인 탐조를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독수리 5마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이때만 해도 추위만이 탐조의 방해요소 였기 때문에 추위 정도는 독수리를 보는 순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는 추위를  뚫고 탐조에 나서길 잘 했다고 생각했었다.

매섭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몰아치던 중에 독수리들이 아주 낮게 바람을 타고 있었음.
내가 본 이래로 역대 가장 낮게 날고 있던 독수리를 본 덕분에 너무 흥분했음. 게다가 바람도 강해서...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미세하게 흔들린 결과물이 많았음 ㅜㅜ
그런데 낮게 바람을 타고 있던 독수리들이 갑자기 논으로 하강하기 시작했음.
농막에 가려진 논에 내려 앉았던 독수리들이 궁금해져서 까치발을 들고 독수리를 찾던 중 갑자기 까치들에게 쫓겨서 다시 날아오르는 독수리들을 목격함! 거리상으로는 거의 10m 정도였던 것 같은데.. 독수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순간!
가까이에서 본 독수리는 정말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독수리에 비하면 정말 작은 덩치인 까치들의 등쌀을 못 이기기고 쫓겨나는 모양이 딱해 보였음. 너무 순둥해ㅜㅜ 그런데 독수리들이 어떤 이유로 민가도 가깝고 먹이도 없어 보이던 논에 내려 앉았던 것인지 궁금함. 까치들이 많은 걸로 봐서는 야생 동물의 사체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서 독수리들도 먹을게 있나 싶어서 내려 앉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추정중.. 농막 안쪽에 풀들이 없었다면 독수리가 더 잘 찍혔을 것 같은데.. 그게 좀 아쉬웠음.
밭종다리! 밭종다리 정말 오랜만! 그런데 사진 찍을 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서 사진이 흔들림ㅜㅜ
아쉽게도 밭종다리가 이내 곧 뒤돌아 앉은 탓에 뒷모습만 잘 나옴 ㅜㅜ
한 3주만에 연풍천에 왔더니 연풍천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ㅜㅜ 억새밭과 모래톱들이 싹 사라져 있었다. 이럴 수 있는 건지.. 모래톱과 억새밭에 몸을 숨기고 먹을 것을 찾으며 살아가던 많은 새들이 어디로 갔을까! 너무 원통했다. 주말 이후 시청에 항의 전화를 해야겠다.
불쾌해진 마음으로 탐조를 하지 않기로 하고 걷기에만 집중하며 귀가하던 중 갑자기 참매가 흰뺨검둥오리를 사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매가 사냥한 장소는 산책로 바로 옆이었다. 이 모습을 보니 사냥후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추운 날씨 덕에 사람들이 안 돌아다녀서 인지 산책로 옆임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고 식사를 하려던 모양으로 보이는데...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을 듯ㅜㅜ
앞서 독수리도 역대 가장 가까이서 만났지만 참매도 역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났다. 평소에도 보기 어려운 참매이기에 독수리를 봤을 때 보다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크게 기뻤지만.. 이내 참매가 위협을 느끼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자연의 질서가 집행되는 순간을 보니 맹금류의 기상을 뽐내는 참매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죽어있는 흰뺨검둥오리의 사체에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서면서 든 마음은 그저 참매가 또 다른 인간의 개입 없이 무사히 식사를 마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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