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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갈곡천 탐조, 황조롱이, 원앙, 검은댕기해오라기(20240616)

by eistobathos 2024. 6. 16.

장소: 파주시 갈곡천

관찰종: 황조롱이, 원앙, 검은댕기해오라기,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흰날개해오라기, 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멧비둘기, 집비둘기,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찌르레기, 알락할미새, 물총새, 까치, 큰부리까마귀, 황로, 파랑새, 논병아리, 괭이갈매기, 왜가리, 되지빠귀(24종)

오늘도 공사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탐조를 시작했다. 한여름으로 접어드니 물속에 있던 풀들이 많이 자라나고 있었고 공사현장도 공사가 중지된지 2주가 되다보니 이런저런 풀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데 보 위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쌍안경으로 보니 원앙 한 쌍이었다!
공사현장에는 이렇게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327호로 국가와 지자체의 보호대상인 원앙이 살고 있음이 다시 증명된다. 서식지가 파괴된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원앙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사현장 하류의 풍경이다. 만약 공사가 재개된다면 이런 풍경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터 삼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터전이 파괴되어 이곳에 살던 생물들은 다른 곳으로 흩어져야 한다.
황로 미번식깃 개체를 봤다. 머리와 목 그리고 가슴등의 부위에 누런색 번식깃을 띤 개체가 대부분인데 이 녀석은 미번식 깃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쇠백로인줄 알았다.
요즘 제일 많이 보이는 황로의 형태이다. 이 모습은 위의 미번식깃 개체와 다르게 황로라는 이름을 너무나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황로를 보고 있는데 머리위로 날아가던 흰날개 해오라기, 요즘 흰날개 해오라기 숫자가 부쩍 늘었다!
개인적으로 오늘 우리동네 풍경은 동화 같았다.
중백로, 부리 끝이 눈 뒤로 넘어가지 않는게 중대백로와는 다른 동정 포인트다.
중대백로, 중대백로의 부리끝은 눈 뒤로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비교하기 좋게 중백로와 중대백로가 같은 장소에 있었다.
중백로와 중대백로를 보고 있는데 같은 논의 끝자락에 갈색 머리가 보여서 확인하니 흰날개해오라기였다. 백로들보다는 조심성이 훨씬 많은 녀석이라서 대부분 멀리서 있는 걸 본다.
황로롱이 유조! 올해 태어난 녀석이다. 처음엔 멀리서 보고 비둘긴줄 알았다. 맹금류가 땅에 내려 앉는 일은 흔하기 않기 때문이다.
부리 앞 부분을 보니 먹이를 먹은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아무튼 왜 맹금이 땅에 내려 앉아있었는지 궁금했다.
땅에 내려 앉은 다른 모습
올해 태어난 녀석치곤 꽤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것도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ㅋㅋㅋ
사람을 보고도 날아가지 않길래 계속 지켜보니 비행연습중인 녀석들임을 알 수 있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세 개체가 계속 비행 연습을 하느라 전봇대와 땅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 날이지만 아직 날개에 힘이 붙지 않은 탓인지 빠르게 날지도 못했고, 오래 날거나 멀리 날지도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연습에 매진이었다. 그러다보니 비행연습을 하다가 잠시 쉬러 계속 땅에 내려 앉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비행 연습 장소가 어딘가?? 바로 갈곡천 준설공사 현장 바로 옆이었다. 빨간 동그라미엔 비행연습중인 황조롱이들이 있다. 노란색 동그라미가 장소의 단서를 제공한다. 노란 동그라미 안에 있는 기업의 이름은 마켓비(MarketB)이다.
그리고 필자의 블로그를 봐 온 사람들이라면 너무 익숙한 지도를 다시 보자. 빨간 동그라미는 준설공사 현장, 노란 동그라미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마켓비라는 회사 그리고 초록 동그라미가 황조롱이 유조들의 비행연습 현장이다.
앞서 공사현장에 있었던 원앙과 마찬가지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323-8호인 황조롱이 어린새 세 마리의 비행연습 현장이자 앞으로 먹이터가 될 곳이 공사현장에 인접해 있다. 이런 장소를 파괴하는 준설공사가 그 어떤 명분이 있을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바로 이전의 블로그 글에서 자세한 자료를 통해 설명했기에 여기에 추가로 설명을 더하진 않겠다. 그저 파주시와 파주읍에게 하천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내가 한 조사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이곳에 존재하는 보호종들을 알고 있고, 이를 근거로 갈곡천 중/하류를 복원/보전 구역으로 설정하여 지침서를 만든 국토부의 지시사항을 따를길 요구할 뿐이다.

 

비행연습중인 황조롱이들을 한참 보다가 지난 번에 육추중인 원앙 가족을 만난 장소로 이동했다. 운이 좋게도 오늘도 같은 장소인 공사현장으로부터 700미터 떨어진 보 위에서 같은 원앙 가족을 만났다. 아기새도 여섯 마리 그대로인 걸 보니 마음이 안심됐다. 그늘진 방향에서 사진을 찍은게 아쉬울 뿐이다.

 

이번엔 공사현장 상류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다른 원앙 가족을 만났다. 이번에는 무려 아홉 마리의 아기새를 육추중이었다.
천적들을 피하기 위해서 수변의 풀 사이로 숨어서 이동하는 중이다.
엄마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쁘고...;;; 아기새들은 마냥 귀엽다ㅠㅠ 벌써 공사현장뿐만 아니라 그 앞뒤로 갈곡천에는 이렇게 보호해야 할 중요한 천연기념물 원앙이 두 가족이나 아기새들을 돌보고 있었다. 제발 준설공사가 완전히 멈추길 바란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갈곡천에 내려 앉은 건 오랜만에 봤다. 요즘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갈곡천에서 잘 안보였었기 때문이다. 굉장히 반가웠다.
그래서 검은댕기해오라기를 지켜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꼬마물떼새가 파바박하고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 한 장에 두 종을 담게 되서 신났었다!
그런데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꼬마물떼새가 검은댕기해오라기를 향해서 날개를 퍼덕이며 돌진하는게 아닌가??!!!!
나만 놀란게 아니었다. 검은댕기해오라기야 말로 놀라고 당황했다! 자기보다 덩치도 훨씬 작은 녀석의 당돌한 도발에 살짝 쫄은 티가 나기도 했다.
이윽고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사태파악을 하고 크게 소리를 꽥! 하고 지르며 꼬마물떼새를 위협했다.
그제야 꼬마물떼새 뒤돌았다! 이런 장면을 처음 봤기에 이게 뭔가 싶었다! 꼬마물떼새가 원래 이렇게 상대를 가리지 않고 급발진 할 수 있는 깡다구 있는 새였던 걸까? 궁금증이 커진다.
아무튼 꼬마물떼새 뒤돌아서 가자 사건을 일단락 됐다.. 그러나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 표정도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서 오늘밤 잠을 잘 이루지 못 할 것 같다.
탐조한 이래로 민물가마우지가 한 쌍을 이뤄서 함께 수영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동안 민물가마우지는 단독 행동을 하는 것만 봤는데... 신기했다. 어쩌면 요즘이 민물가마우지가 짝을 맺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갈곡천에서 육추에 들어가는지도 살펴봐야겠다.
마지막은 저녁 햇살을 피해서 나무 그늘에 숨어있던 육추중인 흰뺨검둥오리 가족이다. 이 가족은 원앙에 비해 소박한 구성원이다. 흰뺨검둥오리의 아기새들도 무탈히 잘 자라나길 바란다. 이렇게 생명이 움트는 갈곡천이 명분없는 준설공사로부터 속히 해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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