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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임진각 탐조, 물수리(20231020)

by eistobathos 2023. 10. 20.

장소: 파주시 임진각

관찰종: 물수리,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괭이갈매기, 되새, 박새, 딱새, 큰기러기, 직박구리, 멧비둘기, 집비둘기, 까치(12종)

 

오늘 하늘은 쾌청했다. 쾌청한 하늘을 보고 카메라를 챙겨 임진각으로 나섰다. 얼마전 임진각에 갔을때 임진각 상공에서 비행하던 재두루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임진각에 도착했을때 마주한 강하고 차가운 바람에 살짝 당황했었다. 오늘 하늘이 쾌청한 이유는 강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인데 특히 임진강 근처는 그 바람의 세기가 강한 태풍이 올 때의 그것과 같았다. 더구나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라 차갑기까지 했다. 

임진각 독개다리 위에 올라가자마자 큰 맹금의 빠른 비행을 보고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찍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사진 상으로는 훨씬 작게 찍혔다. 확대해 본 결과 물수리였다. 작년 이맘때 문산천에서 우연히 만난 뒤 오늘도 우연히 만났다. 한국에 잠시 머물다 가는 물수리는 워낙 비행 범위도 넓어서 물수리가 자주 오가는 곳을 방문해서 물수리가 나타날때까지 죽치는 방법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데 오늘처럼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날은 행운이라 하겠다.
좀 멀긴 했어도 덩치가 컸던 탓에 꽤 잘 찍힐 뻔 했지만.. 물수리의 빠른 비행과 내 실력부족으로 덜 선명하게 찍힌 것 같다. 셔텨 스피드를 더 높였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물수리처럼 빠르게 비행하는 새를 만나는 일은 드무니 초보 탐조인으로서는 대응이 미숙했다.
물수리가 빠른 수평 비행을 하다가 급 하강 비행을 했는데 이때부터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물수리가 내 시야 상에서는 임진강 철교 뒷편으로 하강 비행했기 때문에 물수리가 하강 비행하며 사냥에 성공했는지도 볼 수 없었다. 그 뒤에도 시야 안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았는데.. 아마도 사냥에 성공해서 근처 나무 위에서 먹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짧지만 시원하고 다이나믹한 비행을 보여준 물수리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임진각에서 바라본 우리 동네 뒷산인 봉서산
임진각에서 곤돌라를 타고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가서 문산 방향을 바라보니 파도치는 듯한 산의 물결 사이로 아파트 단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경제 감각이 떨어지는 나로써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의 물결을 잘라버리는 거대 아파트 단지에 마음이 아파왔다.
아름답게 지저귀던 되새
머리 위로 날아가던 큰기러기 무리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자유롭게 민간인통제구역과 비무장지대를 그리고 남쪽과 북쪽을 오가는 모습에서 인간 욕망의 헛되고 어리석음이 떠올랐다.
임진각 주차장 뒤편에 조성된 인공습지 억새들이 아름다운 황금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겨울과 여름은 어떨지 모르지만 가을에는 가볼만한 정말 예쁜 산책 코스로 보였다.
탐조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길, 은행나무들이 가을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중으로 보인다.
맑은 가을날 늦은 오후의 색감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물수리를 만난건 너무 반가웠지만 바람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보고 싶었던 재두루미는 물론 다른 새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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